‘목구멍 냉면’ 굴욕...
그는 신사였다. 기자들 앞에서 점잖게 보이기만 했다. 기자들이 퇴장하자 협상가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박재규 장관이 북한 파트너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쌀 얻어갈 때는 언제고 지금 목에 힘주고 XX를 하느냐. 예의를 갖추라." 거들먹대던 북한 측 인사는 잠잠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박재규 통일장관의 대북 협상 후일담이다. 1999년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음해 2000년6월 4억5천만불을 김정일에게 주고 평양에서 남북 첫 정상회담을 일궈냈다.
*판문점에서 김관진 안보실장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했다. 전방 철책선 주변서 목함 지뢰가 폭발했다. 우리 병사 두 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북한 도발이 명백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5년8월22일 판문점에서 남북대표가 마주 앉았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밤샘 협상에서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몰아붙였다. 김관진은 추가도발 시 무자비한 보복과 철저한 응징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단호한 태도는 북한에 전달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남조선괴뢰’에서 ‘대한민국 정부’라고 호칭을 바꿨다.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 행사에서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상소리를 해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옥류관의 굴욕'을 당했지만 조명균 통일장관은 나중에 보고를 듣고도 ‘꿀 먹은 오소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저자세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10·4 공동선언 11주년 평양 축하행사 때 조명균이 행사장에 지각하자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떨어진다…”라는 리선권의 질책을 들었다. 조명균은 10월15일 고위급회담 당시 리선권에게 “말씀 주신 대로 역지사지 하겠다”며 상관 대하듯 했지만 리선권은 “다음부터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입에 담지도 말라”고 꾸짖었다.
이리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조명균은 리선권의 환심을 사려는 듯 이날 회담장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풀취재에서 제외했다. 이런 비굴한 저자세와 국민적 굴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하다.
원칙도 단호함도 국격도 없는 이런 대북협상을 계속해야 하는가. 세계를 향해 뛰어야 할 기업인들을 왜 북한에 데려가 이런 모욕을 당하게 하는가.
기업인의 굴욕은 한국민 전체의 굴욕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명예를 국가가 지켜줘야 하지 않는가. 거들먹대는 리선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꾸짖고 리선권의 교체를 요구하며 북한에 사과를 촉구하고 재발방지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리선권의 망발에서 보듯 북한이 주도하는 평화는 굴욕일 뿐이다. 국민적 굴욕을 문재인 정부가 초래했으므로 청와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