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팔만대장경 합송대법회와 맛집 기행
[글·사진=윤정규 대기자] jkyun202@hanmail.net | 2021-05-23 14:50:18
방장 원각스님 법어에 감동…귀가길 가야산 ‘돌물레 민속식당’에 매료
에메랄드빛 ‘계곡’에 파장을 그리며 작은 폭포가 쏟아진다. 신선이 노닐었나. 이토록 신비로울 수가. 작은 돌멩이까지 보이는 투명한 물속으로 당장 ‘풍덩’ 뛰어들고 싶다. 해인사 소리길 홍류동 계곡에는 겨우내 쌓인 갈색 낙엽이 여전하다. 하지만 나뭇가지는 새순이 올라 마치 아가의 뽀송뽀송한 피부처럼 연두색을 수줍게 내보인다. 그리고 연못에 담기는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예쁜 봄의 색들이 저마다 매력을 뽐내며 어우러지니 이제 코로나19의 오랜 억압에서 벗어난 듯하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2021년 5월19일)을 기리고 자아 성찰을 위한 경건한 마음으로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 해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이며 법보종찰이다. 여기에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어 더 유명한 사찰이다.
무엇보다 해인사로 발길이 끌리는 것은 팔만대장경 합송대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터이다. 말로만 듣던 팔만대장경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태어나 해인사를 방문한 것은 모두 다섯 번인 것으로 기억하지만 오늘은 벅차오르는 감회가 새롭다. 천년고찰 해인사에 울려 퍼지는 깊고 은은한 범종 소리 따라 은은한 차향기 묻어온다. 휴일 평화로운 산사의 정적을 깨는 것은 멀리서 들릴 듯 말듯 전해지는 목탁 소리와 달가닥거리는 다기 소리뿐. 활짝 열린 창문으로 점점 짙어지는 수백년 느티나무의 이파리향까지 내려앉으며 차향기와 자연스럽게 섞이니 고찰의 품위를 드높인다. 숲속에서 짙게 품기는 푸르름의 향기가 불심보다 번잡한 일상도 쉼표를 찍는다. 아~, 해인사 봉황문에 새겨진 해인총림(海印叢林)이란 의미를 비로소 알 것 같다.
◆1000살의 전나무가 깨달음과 뉘우침 일깨워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고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해인사가 소유한 울창한 산림의 면적이 3,253ha에 달한다니 어마어마한 넓이다.
주차를 하고 한참 산길을 오르다보니 일주문이 나온다. 이 일주문은 해인사의 삼문가운데 첫 번째 문이다. 연등이 깔린 길사이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니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붐비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방문객이 적어 한산하지는 않았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줄어든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해인사는 연등축제, 제등행렬에 집중하던 행사를 없애고 문화행사로 대체했다. 해인사 봉축법요식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많은 내빈이 참석했다. 이어 팔만대장경 합송대법회와 어린이 불자들이 좋아하는 문화축제도 열렸다.
문화축제행사로 마술공연과 종이컵 만들기, 그림색칠하기, 페이스 페인팅 등을 준비했으며, 이밖에도 해인사가 새겨진 방역마스크와 동자승과 해인사가 새겨진 화이트보드를 선물로 주었다. 솜사탕 선물을 받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보경당에서 전통그림자극 ‘만석중놀이’도 펼쳤다.
◆‘동체대비’로 코로나 극복하자에 공감
돌아오는 길에 해인사 학사대 1000살의 전나무(높이 30m, 둘레 5.1m)앞에서 발을 멈췄다. 이 전나무 앞에선 경이롭고 신성함이 한결같아 마음이 숙연해 진다. 그리고 팔만대장경 합송대법회에서 있은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의 법어가 생생하게 재생된다. “ 동체대비(同體大悲), 너와 나, 모두가 하나 되어 용서하고 협조하여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말씀이었다. 동체대비하면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두 갈래로 갈라진 국론과 민심을 하나로 합심할 수 있다는 법어로 해석된다.
◆잊지 못할 가야산의 맛집 돌물레 식당
이번 부처님오신날 여행에서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은 가야산 국립공원 자락의 맛집 ‘돌물레 민속식당’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식당을 찾았다.
이영주씨(62)가 운영하는 돌물레식당은 장사에서 좋은 목은 중요한 요소지만 맛만 있다면 손님은 어디든 찾아간다. 해인사로 가는 한적한 도로가에 자리한 식당이지만 ‘돌물레’은 맛으로 증명하는 전문식당이다. 어머니 손맛을 만나는 시간. 전통장으로 맛을 낸 정갈한 한식들이 차려져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주 메뉴는 취나물 밥, 두부짜그리 이다. 이 두 메뉴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다. 이 식당의 음식 맛 특징은 화학조미료는 일체사용하지 않아 ‘민속 고유의 맛’을 살려 냈다는 것이 다른 음식과의 차별화 인 것이다.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 및 마늘같은 조미료는 극소량을 사용함으로써 담백함을 배가시키는 조리법을 사용하고 있다.
주 메뉴에 받쳐주는 10여 가지의 밑반찬 맛 역시 입맛을 돋군다. 송로버섯조림, 취나물무침, 황태볶음, 땅콩조림, 마늘쫑볶음, 도토리묵, 매년 4천포기를 담그는 김장김치 등인데, 특히 송로버섯과 취나물, 도토리묵은 이곳 가야산에서 생산되는 자연산이라서 진한 향토적 맛을 더한다.
이 집의 또 하나 빼어놓을 수 없는 고급요리는 흑태찜(메로)이다. 흑태찜은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만 올랐다는 귀한 요리인데, 값이 비싼 것이 흠결이지만 그 맛은 일품으로 꼽힌다.
주인 이영주씨는 “요리의 비법은 어머니가 정직한 자연을 섬기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갈하게 담그던 전통장류가 장독마다 그득하다. 성주군 수륜면에서 생산된 콩 등 국내산 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만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근 뒤 이 장독에서 2년 이상 숙성시키면 전통장 고유의 깊은 맛이 잘 살아 있는 장이 탄생한다. 20년 이상 묵은 조선간장에다 자연산 표고버섯과 멸치 국물을 배합한 양념 및 식초연구가 박국문의 힐링식초로 만든 초장이 감칠맛을 더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야산 국립공원의 맛집 돌물레 민속식당은 경북 성주군 수륜면 성주가야산로 336에 자리하며, 해인사로 가는 방향의 도로 왼쪽, 오는 방향은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해인사의 학사대 전나무와 총림방장 원각스님의 법어 ‘동체대비’ 그리고 돌물레 민속식당의 흑태찜 맛은 두고두고 못 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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