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루 4백명씩 죽는데…‘K방역시스템’ 세계최고 맞나?
윤정규 기자 jkyun202@hanmail.net | 승인 2022-03-19 20:31:32
春風和氣, 봄은 완연한데 국민의 마음은 아직도 동토
수도권 장례식장-화장장도 만원사례 시체 싣고 문전박대
양성판정 나도 병원치료거부 ‘샤이 오미크론 환자’급증
춘풍화기(春風和氣). 아름다운 강산에 봄기운이 완연한데, 마음은 따사롭지 못하고 겨울 한가운데처럼 차가운가?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가슴이 저리다 못해 아프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무너진 탓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눈물이 얼어붙어 녹지를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혹은 자식들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장례식장과 화장장을 찾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예약만원’이라는 말에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진료체계도 무너졌다. 진료진(의사-간호사)사이에도 감염률이 높아 결원이 생긴데다 병원입원실은 위중증 환자가 많아 신규환자는 받아 주지 않는다. 코로나 19에 걸려도 자가 격리치료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자가 격리환자 생활지원금도 대폭 줄었다. 종전까지는 1인기준 24만4000원이었는데, 가구당 10만원으로 깎였다. 직장근로자 유급휴가비도 7만 3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줄었다.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도 어차피 병원치료 못 받고, 생활지원금과 유급 휴가비를 합쳐도 직장월급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다보니, 감기약이나 지어먹고 버텨보자는 ‘샤이 오미크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방역당국이 매일 0시 기준으로 발표하는 코로나19 환자 숫자는 참고 자료일 뿐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 K방역체계 세계 최고수준이라더니
문재인정부가 “대한민국 K방영체계가 세계최고 수준이다”라고 자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부 이양기인 요즘의 K방역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19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는 38만145명, 사망자 319명, 위중증환자 1049명으로, 전날 40만701명 보다는 조금 줄긴 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지난 17일(신규발생 62만1328명, 사망자 429명)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함을 지울 수가 없다. 열흘째 위중증 환자는 1000명대를 넘었고 재택치료환자도 2백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한달 간 주간 사망자수가 2월중순 300명대에서 지난주엔 1000명대로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K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은 ‘감기수준’이라며 다음주부터(21일~2주간) 섣부른 방역완화조치를 단행했다.
◆코로나 방역지침 완화에 전문가들 “전염확산 키운다” 지적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19일 “코로나19는 패러다임 전환기로 당분간 확진자수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생업의 고통을 덜고 국민들의 일상 속 불편을 고려하여 새 거리두기지침을 소폭 조정했다”고 밝혔다. 새 거리두기 지침은 밤11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은 현행대로 두고, 사적모임 인원은 6명에서 8명으로 높였다. 방역완화 시그널로 전염 확산세를 키운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소폭완화조차도 성급하다며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대유행 중에 방역완화는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의료진 감염률이 높은 상황에서 패러다임 전환기라는 안이한 판단은 확산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감수준’ 잘못된 메시지전달 샤이 오미크론 확산
요즘 직장인들은 "병원만 안 가면 나 빼고는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 증세가 나타나도 약국에서 감기약만 사먹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일주일 문 닫으면 생활에 지장 생긴다“며 자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쉬쉬“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독감 수준' 잘못된 메시지 전달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하며 ”자영업자들의 별도 손실보상책이 절실하다“는 충언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코로나19의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검사 받기를 꺼려하는 '샤이 오미크론'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검사를 받아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검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영업자의 경우 생업을 포기하고 일주일씩 문을 닫아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미크론은 가벼운 독감수준의 증상을 수반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하고,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생활비 지원과는 별도의 손실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관성 없는 생계비지원 정책도 문제
샤이 오미크론은 자가진단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음에도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거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확진을 받아도 마땅한 진료나 치료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검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생활지원비가 줄어든 것도 검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라 정부가 격리 인원과 격리 일수에 따라 차등 지급했던 생활지원비를 정액제로 개편하면서 1인당 24만원 수준이었던 생활지원비는 가구당 10만원으로 크게 줄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현행 1급에서 2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가 결핵과 수두처럼 2급으로 조정되면 의료진은 발생즉시가 아닌 24시간 내 방역당국에 신고하면 되는 등 방역체계가 한층 느슨하게 된다. 하루에 3백명, 4백명씩 죽어가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를 두고 약한 독감수준으로 취급하는 안이한 방역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래가지고 세계최고 수준의 ‘K방역시스템’이라고 엄치 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제적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대유행의 전염병을 차기정부에 넘겨주어 부담감을 배기시켜서는 안 된다.
[윤정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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