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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리운 까닭은...

윤정규 2012. 4. 26. 15:15

박 전 대통령이 그리운 까닭은…

윤정규의 ‘세태 돋보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덩샤오핑 전 주석. 두 사람은 20세기를 풍미하며 격동기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였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중국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너무 닮았다.

박 전 대통령은 눈부신 경제적 업적 이면에 독재·장기집권이라는 그늘이 있고, 덩샤오핑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사태 당시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짓밟은 전력이 있다.

누가 뭐래도 박 전 대통령은 한국 근대화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고, 덩샤오핑은 항일전쟁과 문화혁명 등 격동기를 거치며 지금의 경제대국 중국을 있게 한 영웅이다. ‘흑묘백묘론’으로 상징되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정책이 오늘날의 ‘G2’로 성장한 경제대국 중국을 있게 했다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공을 찾는데 박 전 대통령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은 의도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냄새가 난다.

박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클 수 있었을까? 1970년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필자는 과감히 ‘아니오’라고 답한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지도자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서거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엔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재’를 해결했다. ‘보릿고개’란 지긋지긋한 단어를 사라지게 했고,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잠재력을 일깨웠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친구들은 조밥을 도시락으로 싸왔다. 끼니가 없어 아침에 술지게미를 먹고 얼굴이 벌게져 학교에 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들으면 ‘뭔 소린가’ 하겠지만 그만큼 가난했다. 국민들은 당시 ‘우리도 잘 살아보자’며 새마을운동 노랫가락에 맞춰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했다. 힘들어도 잘 살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고 의욕으로 충만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1962~1979년) 1인당 국가총생산(GNP)은 83달러에서 1640달러로 증가했다. 최빈국에 속했던 한국을 단숨에 신흥공업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지역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면서 해외에서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우리의 건설업과 중공업, 자동차 등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박 전 대통령 시절 고속도로, 항만 등 산업인프라를 잘 다져 놓은 덕분이다.

세계 일류임을 자부하는 대기업을 포함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해온 기업 대부분은 이러한 토대가 없었다면 명맥을 이어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청년기에 해당하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경제강국 코리아’의 뼈대와 얼굴, 체질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이 131년, 일본이 72년이나 걸린 경제성장을 불과 20년 만에 이루어 냈다. 가히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10년이 시작되는 2011년도 벌써 한 달 여가 지났다.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주식시장 종합주가 지수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경기회복 국면을 가리키고 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다. 심리적 소외감마저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 저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살기가 어려운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새해가 시작된 만큼 모든 국민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우리네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리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사입력 2011.02.07 (월) 13:32, 최종수정 2011.02.07 (월)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