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편

윤정규 2012. 4. 26. 16:09

파티마 대성당 정문 앞에 있는 호텔에서 오전 8시 출발 스페인 세비야로 향했다. 세비야로 가는 길목에는 밀밭과 올리브 밭이 계속 이어졌고 산은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의 세비야에 도착한 시간은 1시경 약 5시간 걸렸다.스페인의 날씨는 30도를 오르내렸지만 세비아 시내 가로수가 밀감나무로 되어 있어 밀감나무 밑에 서 있으면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매우 시원했다.

 

세비야대학교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스페인 광장이 나온다. 반원형으로 이루어진 광장은 어느 지점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광장 바닥도, 건물도, 하늘도 모두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벽돌과 타일로 조화를 이룬 건물 아래에는 스페인 58개 도시의 휘장과 지도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무덤처럼 생긴 구조인데 벤치까지 만들어 놓았다. 타지에서 온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도시를 찾아 사진을 찍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단다. 외국 관광객들은 이곳을 쭉 돌면 스페인 전체를 돈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스페인 광장은 세비야 사람들만큼이나 참으로 묘한 곳이다. 아랍식과 유럽식으로 범벅된 건물, 공원에 있을 법한 호수와 다리, 흡사 파리의 에펠탑처럼 부조화가 조화를 이룬 곳이 바로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다.

 

이 광장이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탤런트 김태희가 한 CF광고에서 검정색 블라우스에 빨간색 치마를 입고 플라멩코를 춘 곳이기 때문이다. 콧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300만 화소로 잡았다고 하면서 김태희를 클로즈업할 때, 내 심장만이 요동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꼭 찾는 이유도 내 기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곳은 한가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 잡아봐라’ 하고 달리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스페인 광장은 참으로 편안하다. 반바지 차림으로 동네를 산보하듯이 둘러봐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주변의 숲도 편안함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뜨거운 햇살에 얼굴이 탈 것 같으면 숲속으로 들어가 광장을 바라보면 그만이다. 100년이 안 됐다는 것,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스타워즈’의 무대라는 것이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세비야는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하고, 마젤란이 세계 일주의 첫발을 내딛은 곳이다. 신대륙에서 들어오는 황금이 집결된 곳이기도 하다. 건물들이 웅장하면서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삶의 기쁨을 찬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 혹은 풍문으로 들었던 스페인의 전형이 세비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럽의 3대 성당 중 하나가 세비야에 있고, 그것은 이슬람 사원의 기초를 그대로 활용했다. 외부는 고딕양식이고, 내부는 르네상스와 바로코 양식으로 혼재되어 있다.

어느 누군가의 엉뚱함이 후대에 의미를 남겨 주듯이, 세비야의 대성당은 스페인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2.5t의 황금으로 장식된 제단과 쿠바에서 가져온 콜럼버스의 유해가 허공에 떠 있는 것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대륙에 묻히기를 원했던 콜럼버스를 위해 땅에 묻지 않은 것이다. 이사벨 여왕을 비롯한 네 명의 왕들이 콜럼버스의 유해를 어깨에 메고 있는 것도 기막힌 장면 중의 하나다. 막대한 부를 안겨 주어서 인지는 몰라도 스페인의 왕들이 다른 나라 사람의 관을 메고 있는 것은 역시 스페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앞에 있는 두 왕의 신발이 만질만질하다 못해 광채를 내고 있다. 세간에 의하면, 오른쪽 발을 만지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다시 온다는 설이 있고, 왼쪽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 발 왼쪽 발 모두 몇번씩 만지고 나왔다.

 

대성당을 나오니 바로 옆에 히랄다(Giralda) 탑이 보인다. 도시 전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계단은 없고 경사진 길처럼 되어 있다. 12세기 말에 이슬람 사람들이 지은 것인데, 왕이 말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포루투갈 파티마 대성당앞 호텔에서 출발 스페인으로 가는 도중 찰~칵

세비야 시내 가로수는 모두 밀감나무로...

 

황금의 탑
1220년 이슬람교도가 과달키비르강()을 통과하는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웠다. 강 건너편에 '은의 탑'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두 탑을 쇠사슬로 연결하여 세비야에 들어오는 배를 막았다. 이곳에서 마젤란이 세계일주 항해를 떠난 것과 관련되어 현재 해양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황금의 탑'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 탑을 지을 당시 금 타일로 탑의 바깥을 덮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16~17세기에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을 이곳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세비아 대성당
유럽에 있는 성당 중 세번째로 큰 성당이다.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은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고 두번째는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이다. 대성당이 있는 자리에는 12세기 후반에 이슬람 사원이 있었던 곳이다. 이슬람 사원은 사라졌지만 넓은 폭의 형태는 메카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이슬람 사원의 영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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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왕들이 콜럼버스의 유해를 어깨에 메고 있다.

옛날 유대인들이 살았던 집이다. 부근의 집들 모두가 위의 글자처럼 박혀 있었다.

 

스페인의 문화는 광장(廣場)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에서 공연을 하는 무용가들 중 상당수가 이 지방 출신이다. 플라멩코 공연장 내부는 아담했다. 무용가의 그림과 스페인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식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관객들은 간단한 음료를 즐기며 공연을 볼 수 있다.

세 명의 연주자가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게 기타를 퉁기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여기에 맞춰 한 여인이 긴 치맛자락을 땅에 끌며 나왔다. 텝댄스를 연상시키는 빠른 발놀림과 강렬한 손동작에 나도 모르게 매료됐다.

집시들에 의해 만들어진 플라멩코는 정렬과 애수로 대표되며 춤이나 기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은 칸테라고 불리는 노래가 플라멩코의 중심 역할을 한다. 말은 잘 이해할 수 없으나 땀을 흘려가며 칸테를 부르는 모습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