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어제 “남조선의 모든 조의대표단과 조문사절들을 동포애의 정으로 정중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장의위원회가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외국 조의대표단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나흘 만에 ‘대한민국은 예외’라고 방점을 찍은 것이다.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평양의 의도는 뻔하다.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속셈이다. 말 몇마디로 남쪽을 벌집 쑤셔 놓듯 휘저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김정일 상복도 벗지 않은 채 김정일 시신이 놓인 관에 기대어 대남 공세를 전개하는 셈이다. 유훈통치가 아니라 시신정치를 하려는 모양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사회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적지 않다. 깊이 반성할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방북 조문만 선택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야당은 떠들썩하게 조문을 주장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같은 민간단체들은 조문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를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각개약진’에 바쁜 것이다. 정부를 흔드는 모습이다. 이러니 북한이 상중에도 잔꾀를 부리는 것이다.
김정일 조문 자체는 열린 자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전략적 접근을 하는 대신 북의 장단에 지각없이 놀아나는 모습이나 보인다면 이는 안보 차원의 우환이 될 수밖에 없다. 북의 남남갈등 획책도 계속 확대재생산 되게 마련이다. 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위기 국면을 헤쳐 가는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