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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몰락, ‘똑부형’ 리더십의 실패

윤정규 2012. 4. 29. 01:19

 

 

다나카 가쿠에이는 초등학교만 나왔다. 대장상에 취임하자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대장상에는 일류대 출신이 즐비하다. 박사도 아니고 관료 출신도 아닌데 무슨 경제 장관인가. 웅성거림은 취임연설 5분 만에 잠잠해졌다. 다나카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수재들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내가 초등학교만 나온 문외한이라는 것도 세상이 다 안다. 일은 여러분이 해라. 나는 뒤에서 책임만 지겠다.” 다나카는 약속을 지켰다. 대장상을 거쳐 총리에 올랐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새벽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 파티마저 좋아하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나라 걱정만 했을 것이다.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지지도가 90%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실패로 끝나면서 최악의 대통령으로 몰렸다. 퇴임 시 지지도는 30%를 밑돌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 대통령보다 낮다. 일방주의가 문제였다. 국내 정치에서 야당을 무시하고 대외정책에서 우방을 외면한 결과다.


17대 대통령 이명박은 ‘얼리 버드’였다. 청와대의 하루 시작이 이전보다 한두 시간 빨라졌다. 머슴정신을 강조하고 겸손과 섬김의 서번트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세상은 달라졌지만 그의 리더십은 세상의 변화에 맞추지 못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지시와 훈시는 일상이 됐다. 회의석상에서 ‘강부자’ 장관과 참모들은 메모만 해야 했다. 정치와 경제는 쌍두마차다. 정치를 깽판치고 경제만 살려낼 비책은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을 무시하고 외면했다. 야당은커녕 여당 내 인사들과도 불통의 장막을 드리웠다. 설득과 타협을 소홀히 한 ‘CEO리더십’의 결말은 참혹하다. 대통령이 앞에서 모든 것을 다하자 뒤에서 핏줄과 측근들은 탐욕의 파티를 벌였다. 이명박 정부는 무능한 데다 부패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됐다.


리더십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똑부형’, 똑똑하지만 게으른 ‘똑게형’,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멍부형’, 멍청하면서도 게으른 ‘멍게형’이 그것이다. 똑똑하다는 것은 기질적으로 현실적이지만 혼자 잘난 체하고, 멍청하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이상주의적인 지도자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카리스마 지도자같이 진두지휘하고 만기친람하는 형태로, 게으르다는 것은 권한을 위임하고 인사에서 내편 네편 가리기보다 적재적소를 중요시하는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지도자의 바람직한 리더십은 똑게형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똑부형이 아닌가!


리더십은 ‘비전의 설정, 강력한 팀 구축, 의사결정 과정의 위임’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론, 친서민정책 등 비전을 야심차게 가시화하고 홍보하는 데 뛰어났다. 그러나 철학의 부재, 팀 관리의 실패, 독단적인 의사결정, 정책 실행 과정에서 도전받았을 때 정교화하고 재형성하는 실력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다. ‘나를 따르라’는, 모든 것을 앞에서 이끄는 추장 리더십은 퇴조한 지 오래다. 실이나 끈은 앞에서 끌어야 한다. 하지만 이성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실이나 끈이 아니다. 전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는 “사람을 진정으로 이끌고 싶으면 그들의 뒤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8대 대통령을 두고 각축하고 있다. 국민들은 유권자로서 이번에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반면교사다. 독단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를 다시 뽑을 것인가. 로마인의 이야기를 시오노 나나미는 지도자 조건으로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를 들었다. 이런 자질을 가진 대통령을 뽑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래서 좀 쉽게 말하자. 이 대통령 같은 ‘똑부형’ 지도자를 뽑아선 안 된다. 연말대선에 ‘MON’(MB only Not, 이명박만 아니면 돼!) 현상이 번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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