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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용산재개발 화재사고 구속자 8명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는 건의서에서 “구속된 철거민은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강제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라고 했다. “고통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사고의 모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했다.
박 시장의 사면 건의는 연민의 마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1000만 서울시민을 고루 돌봐야 할 민선시장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돌발성 건의를 한 것에는 찬성하기 힘들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모양새를 빚은 것 또한 적절한지 의문이다.
용산사고 구속자들은 단순한 철거민 신분이 아니다. 화염병과 쇠파이프로 무장해 공권력에 저항했다. 동료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와도 무관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당시 무장저항 결과로 초래된 물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 장기간 사업 중단으로 수많은 재개발조합원들이 심적, 물적 고통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런 속사정에는 눈감고 엄정한 법 집행에 제동 거는 것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재개발조합과 경찰의 합법적 대응을 폭력으로 모는 언행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박 시장 취임 후 촛불시위대에 관한 손해배상소송을 포기하고 불법파업 해고 노조원의 복직을 허용하는 등의 일들이 서울시 안팎에서 빚어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설명에 공감할 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법 질서를 무력화하는 조치들의 부작용과 역기능은 어찌할지 걱정하는 이도 허다하다. 가진 자의 유전무죄가 용납돼서도 안 되겠지만 못 가진 이가 사회적 약자 처지를 불법·탈법 면허장처럼 내세우며 법망을 휘젓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박 시장의 돌출 건의가 그러지 않아도 폭넓게 번져 있는 ‘무전무죄(無錢無罪)’ 병리증상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