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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마다 도지는 ‘萬事兄通’ 망령 없애려면

윤정규 2012. 4. 29. 01:26

 

이상득 의원이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풍설이 떠돈다. 비록 바람결에 번지는 소문에 지나지 않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이 의원은 얼마 전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 든 7억원이 “안방 장롱 속에 보관해 두었던 개인 자금”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두 사건이 무관한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시중에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조어가 둥둥 떠다녔다. 물난리에 오물이 떠다니는 것과 흡사했다. 이 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형이란 점과 유관한 일이다. 본인 처신에 관계없이 형을 통하면 이뤄진다는 알쏭달쏭한 입소문이 파다하게 번진 것이다. 온갖 군상이 줄을 대려고 노력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렸다. 실제로 줄을 대고 ‘형통’한 사례가 있다면 그 실체가 뭔지 국민은 알권리가 있다. 그런 사례가 없다면 이 의원은 억울함을 풀어야 할 것이다.


칼자루를 잡은 것은 검찰이다. 칼날은 이 의원을 비롯한 의혹 연루자들만이 아니라 검찰도 향하고 있다. 의혹이 설득력 있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여러 운명이 갈릴 상황인 것이다. 당초 7억원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수사해 마무리 단계까지 갔다가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그 경위나 배경과 무관하게 ‘봐주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야당 관련 수사의 명분쌓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정정당당한 수사로 모든 정치적, 음모론적 시각을 뛰어넘어야 한다.


정권 말기만 되면 꼬리를 무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 등 정권의 뒷모습을 부끄럽게 만든 핏줄이 한둘 아니다.


‘만사형통’ 망령은 이제 추방할 때가 됐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응분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망령 추방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주택 자금 13억원 수사에 대한 민주통합당 일각의 반발은 과도한 감이 없지 않다. 정연씨 의혹이든, 이 의원 의혹이든 결국 검찰이 파헤쳐야 한다. 검찰이 명예를 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