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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미사일만 쏘면 주고싶어 안달하는 이상한 정부

윤정규 2019. 6. 6. 20:10

정부가 어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 지원에 800만달러를 무상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북한 영유아·아동·임산부에게 450만달러어치 영양강화식품과 350만달러어치 필수의약품·영양제가 지원된다. 정부는 34일 내에 이들 국제기구 계좌로 송금을 마칠 계획이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첫발을 떼게 됐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대북 식량지원사업 추진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정부가 북한에 식량 5t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곯는 동포를 돕는다니 무작정 반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기와 명분이 적당한지 의문이다.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미사일 발사 놀음만 하는 판국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식량 살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 미사일 발사와 인도적 사안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라고 깔아뭉개기도 했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외려 면박을 준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미사일 도발에 항의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을 돕지 못해 안달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더니 식량이 왔다전략적 승리라고 선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WFP“136t의 식량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명이 굶주릴 것이라고 했지만, “국제민간단체가 식량 지원을 제안해오면 300t 이상만 받으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떨어졌다는 보도도 나온다. 식량지원을 하려면 통 크게 하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 입장은 일면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말로 못 박고 미국에 새 해법 제시를 요구하면서 협상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급증을 부리면 뒤탈을 낳는 법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본격화하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는커녕 남남갈등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정부의 선의가 또 다른 도발로 되돌아온다면 그런 낭패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앞서 북한의 자원 배급 우선순위를 바꾸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