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의 형제자매님들과 화창한 주말 공주 황새바위 순교성지를 다녀왔다. 여름 더위가 시작되어 무더웠지만 맑은 하늘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았다. 공주 여행의 첫 목적지는 공주시 왕릉로 118에 위치한 황새바위순교성지. 금강의 지류인 제민천을 내려다보며 놓인 황새바위 성지는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평범하다. 입구에 세워진 예수성심 상이 아니라면 마을의 작은 언덕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성지’라 하면 으레 떠오르는 성스럽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그저 무심한 듯 자리 잡고 있어 더 특별해 보였다.
황새바위란 이름은 솔숲 그늘 아래 황새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천주교 죄인들이 ‘항쇄’라는 칼을 목에 쓴 채 바위 앞에 끌려가 처형을 당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공산성을 마주 보는 자리에 있는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데 아래쪽에는 성당이 있고 능선에는 건물을 들여 ‘몽마르뜨’라는 이름으로 예쁜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이 카페의 야외테라스에 놓인 파라솔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면서 금강의 물길과 공산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커피 맛을 더 달콤하게 한다. 순교성지에 카페를 왜 만든걸까 살짝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그러한 이유는 천주교인들은 물론이고 종교를 갖지 않은 이들도 성지의 의미에 너무 크게 부담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말 황새바위 순교성지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잠시 카페에 들러 쉬어가는 의미로 들러도 참 좋을 것 같았다.
순교성지는 카페 뒤쪽의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바위문이 세워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바위문을 통과하면 순교탑과 무덤경당 그리고 12사도를 상징하는 돌기둥이 나오고 그 너머에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빗돌이 세워져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채 놓여있는 이 열 두개의 돌기둥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열두 개의 빛 돌'이라 이름 지어져 있는데 이름 없이 그리스도를 증거 한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비석이라고 한다.
비석 너머에는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빗돌이 세워져 있다. 이 빗돌과 무덤경당은 황새바위에서 참수형과 교수형으로 혹은 매질을 당하다가 옥중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곳으로 순교자 337위를 모신 무덤경당을 보니 왠지 모를 엄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빛의 길을 따라 십자가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발길이 닿는 곳 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다. 황새바위의 중턱에 마련되어 있는 1km 가량의 묵주기도 길은 신도에게는 순례의 길이 되어주고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힐링의 길이 되는 곳이다.
황새바위 순교성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십자가의 언덕은 로마 유학시절 성지순례에 올랐던 최상순 신부가 리투아니아에서 본 것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현한 곳으로 성지를 순례할 때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와서 기도를 바치고 그 십자가를 내려놓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십자가 동산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의미를 알고 보니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많은 십자가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무령왕릉과 공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공주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데 공주여행 중에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황새바위 순교성지도 함께 돌아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공주여행이 될 것 같았다.
세족장
십자가 언덕
순교자들이 처형당할 때 사용되었던 칼을 맞대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는 순교탑
12사도를 상징하는 12개의 빛 돌은 이곳에서 순교하신 337명과 수 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비석
순교성지 방문 스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