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찬문 안토니오 성지를 출발해 칠곡 왜관 가실성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경이었다. 입구에서 본 가실성당은 고풍스럽고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옛 성당과 꼭 닮았으며 낮은 언덕에 우뚝 솟은 종탑과 주변 들녘 풍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가톨릭교회가 전통적으로 성당을 동산 위에 짓는 이유가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낙원’이라고 표현했던 동산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약속하신 행복의 상징이다. 또 동산은 예수님께서 수난 전 마지막으로 기도하셨던 곳이며 부활하신 장소이다. 그래서 교회는 동산을 회복과 치유의 장소, 구원의 완성으로 이어주는 그 위에 거룩한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 경북 칠곡 가실성당이 낙동강 변 옛 나루터 야트막한 동산 위에 지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895년 본당이 설립될 당시 이곳은 복음의 씨앗을 싹 틔우지 못한 황무지였다.
신나무골 교우촌이 가까이 있고 창령 성씨 집안이 19세기 초반부터 신앙생활을 했다지만 이 땅은 나루터를 중심으로 인간 욕구를 채우는 혼돈의 땅이었다. 이 사막에 1923년 9월 신고딕-로마네스크풍의 성당이 봉헌되면서 영적 오아시스에서 구원의 샘물이 흘러넘쳐 하느님의 정원 ‘파라데이소스’로 바뀌었다. 6·25 때 남한과 북한의 양측 군인들이 성당을 병원으로 사용하였으며, 낙동강 전투가 치열했는데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가실성당에는 1924년 이전에 프랑스에서 석고로 제작된 안나상이 있으며, 성당만큼 오래된 ‘안나’ 종과 성체등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가실성당은 동양화풍의 14처와 독일의 유명한 작가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의 감실, 행렬용 ‘무지개 십자가’와 색유리화로 ‘기도하기 좋은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가실성당은 도보 성지순례 길인 ‘한티로 가는 길’의 출발점이며 45.6㎞ 거리의 힐링길이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집’이라는 이름만큼 가실(佳室)성당은 눈이 시리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집 가실성당은 주님의 낙원에서 쉬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성당 본당 안 모습. 내부의 천정은 목재로 틀을 만들었고 회반죽을 바른 원통형이다. 지난날에는 마루바닥이었던 것을 온돌을 깔아서 겨울에도 매우 따뜻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