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전주 전동성당

윤정규 2019. 11. 16. 00:43

 

 

 

초남이 성지에서 전주 전동성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경 캄캄한 밤이었지만 전동성당은 밝았다. 전동성당 경비근무자의 안내를 받아 전동성당과 가까운 남부시장 전주 천변 주차장에 주차하고 아름다운 천변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경치도 좋고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도 듣고 바로 옆에는 남문시장 야시장도 있고 특히 주차비가 24시간에 5천원 매우 저렴한 가격이라서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천변 주차장에서 보는 전동성당은 어머니의 품 같은 따스한 느낌의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건물로 웅장과 엄숙함 그 자체였다.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전동성당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권상연 야고보(1751-1791)1791년 신해박해 때에 처형당한 풍남문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성당으로 순교자를 보존하고 있는 신앙의 요람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에는 이곳에서 유항검 아우구스티노(1759-1801)와 유관검(1768-1801)형제가 육시형을, 윤지헌 프란치스코(1764-1801), 김유산 토마스(1760-1801), 이우집(1761-1801)등이 교수형을 당했다. 전동성당은 초대 주임인 보두네(1859-1915) 신부가 1908년에 착공해 1914년에 외형공사를 마친 성당이다.

 

일제 때 신작로를 내기위해 처형지인 풍남문 성벽을 헐자, 그 흙과 돌로 성당 주춧돌을 세웠고 벽돌은 당시 공사를 담당한 중국인 기술자들이 직접 구워낸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공사기간 동안 전주시내에 사는 신자들은 물론 진안, 장수, 장성 등지에 사는 교우들이 밥을 지어먹을 솥과 양식을 짊어지고 와 자원 부역을 했다. 초대 주임 보두네 신부는 성당 완공을 못보고 1915년 이질에 걸려 57세로 선종했다. 그래서 성당 내부공사는 제2대 본당 주임인 라크루 신부에게 맡겨졌다.

 

라크루 신부는 193평에 달하는 내부공사를 1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묵묵히 진행하여 1931618일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 주례로 성전 봉헌식을 거행했다. 이처럼 전동성당은 착공에서 성전봉헌까지 23년이라는 대역사 끝에 완성된 성당이다. 호남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서양식 건물로 1981925일 사적 제288호로 지정된 전동성당은 순교자를 알리는 머릿돌과 순교자 윤지충, 권상연과 유중철·이순이 동정부부를 채색화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풍남문을 배경으로 세워진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기념동상도 볼 수 있다.

 

전동성당은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 녹음이 우거진 정원으로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전동성당은 한국의 교회 건축물중 곡선미가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며 화려한 건물로 손꼽히고 있다. 또 주위에 한옥마을과 풍남문을 끼고 있어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외래 건축양식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동성당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영화인들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으며, 공연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강재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으로도 사용됐고,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냈던 영화 약속의 마지막 장면 중 주인공 박신양과 전도연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던 곳도 바로 전동 성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