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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박범계 후보자의 이중잣대

윤정규 2021. 1. 7. 00:15

옛 직장의 10년 후배를 며칠 전 만났다. 후배에게 자네 딸은 언제 결혼하는가라고 묻자, 후배는 딸이 소위 말하는 출신대학 등 스팩도 괜찮은 청년을 만나 3개월 정도 사귀다가 그 남자의 말투때문에 헤어졌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딸이 한 동안 사귀었던 그 청년은 말할 때마다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접두사처럼 쓰는 버릇이 있었고, ‘이런 남자를 믿고 평생을 같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헤어졌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진짜 솔직하고 진심 어린 사람이라면 그런 말투를 입에 달고 살리는 없을 것이다. 솔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거나, 아니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투를 쓰게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배 딸은 그런 사실을 간파한 것뿐이다. 20대에 불과하지만, 평생을 함께 살아야할 남편감으로 택할 지를 놓고 고심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그 청년은 또 다른 나쁜 버릇이 있었다.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말을 함부로 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성품이 더욱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관심을 받기 위한 행위들이 문제가 되곤 한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거짓으로 말하고 악의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얻는 관심은 사실 온전한 내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사실은 본인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안다. 마치 목이 마를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순간은 갈증이 해소가 되겠지만, 그 뒤에 찾아오는 목마름은 이전 보다 더 심각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을 감추고 더한 가십을 찾게 되곤 한다. 결국은 보여주는 자신과 실제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게 되고 이는 나중에 인지 부조화를 이루곤 한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해서 또 다른 자신을 만드는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더러 볼 수 있다. 정말 이런 코미디가 없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그런 류의 사람 중 한 명이다. 박 후보자는 2014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용남(수원) 후보자를 향해 재산축소 신고 한 것을 트집 잡아 검찰을 향해 엄중하고도 신속하게 철저히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의원직을 사퇴하라고도 했다.

 

그런 박 후보자 자신은 1970년부터 소유하고 있던 충북 영동의 임야 6400평을 국회의원 당선 뒤 8년 간 공직자 재산신고서에서 누락한데 이어 2018년 배우자가 증여받은 2억원대 토지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시실이 드러났다. 박 후보자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또는 청문회에서 내편이라 생각하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적이라 생각하면 모욕 수준의 비난을 쏟아내곤 했다.

 

박 후보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사건이 터지자 박 시장은 맑은 분이라고 감싸기도 했다. 필자는 당시 피해자가 있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편 타당한 정의와 어울리지 않고 내로남불, 이중잣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공된 사실들에 관심을 보이며 동정하기도 한다. 감정이 동화돼 가공의 캐릭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공된 캐릭터로 상대를 대하다 보면 갈등이 생긴다. 본인의 자아와 상충되는 면들이 발생하고 거짓된 연극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그로 인한 주변사람들의 상실감은 물론 피해가 생기고 인간관계에서 회의에 빠지곤 한다. 돋보이기 위한 거짓말을 연이어 꾸며내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 스스로가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좀 먹는 허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스스로 학대하는 슬픈 사람이다. 거짓 인생은 백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허구로 연출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거짓된 삶에는 자신의 삶만 있고 남의 삶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남을 괴롭히곤 한다. 자신의 한 가지 거짓말을 정당화하고 감추기 위해 열 가지 거짓말을 해야 하고 결국 계속해서 남을 괴롭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 정도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면 나중에 상대방에 대해 미안해하거나 반성할 여지라도 있지만, 정치인의 삶 전체를 거짓으로 산 사람의 종착역은 결국 파멸의 구렁텅이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