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매화마을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를 가다
황춘섭 이장 “벽을 눕히면 길이된다”는 신념이 벽화거리 조성성공
빈집개보수 게스트하우스 만들어 도시민 휴식처 만들 것
‘남벌열차 카페’는 마치 시간여행 떠나는 분위기로 연출 ‘대만족’
윤정규 기자 jkyun202@hanmail.net | 2021-03-29 17: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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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만화 매화벽화거리 입구 모습./글·사진 윤정규 대기자 |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 만화가 시골 작은 마을에 벽화로 재구성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울진군 매화면 매화리에 ‘이현세 만화 매화벽화거리’가 조성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대 울진관광 명소는 ▲덕구온천 스파월드 ▲백암온천 ▲망양정해수욕장 ▲성류굴 ▲불영사계곡 ▲국립 통고산 자연휴양림 ▲죽변항 ▲구수곡자연휴양림 ▲후포항 ▲왕피천생태탐방전 등이 뽑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는 바뀌고 있다. 이현세 만화벽화거리가 조성된 매화마을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마을 골목길 950여m에 이른 벽에는 이현세 만화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 ‘창천 수호지’ ‘남벌’ ‘며느리 밥풀꽃’ ‘만화 삼국지’ 등 400여점이 그려져 있다. 매화마을은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가 조성되기 전부터 매화나무가 유별나게 많아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65년 된 삼일다방이 아직도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 영화 청춘열차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다방은 매화면소재지 중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면민들의 숱한 애환과 숨은 사연들이 담겨져 있는 곳이라 매년 벌이가 넉넉하진 않지만 쉽사리 간판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벽을 눕히면 길이 되죠” 황춘섭 이장(61)은 9년째 이장 일을 맡고 있다. 뚱딴지같은 고집스런 신념이 마을을 살렸다. “노령화 되어가는 농촌의 실상은 어디고 똑같겠지만 조상들이 피땀으로 지켜 왔고 조상의 뼈가 묻힌 이곳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힘든다고 모두가 농촌을 떠나면 누가 농촌을 지키겠습니까”
이렇게 반문하는 황 이장의 말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다. “9년 이장 지겹습니다. 사표를 내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년이장’이란 닉네임이 붙은 황춘섭 이장에겐 죽어가는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비장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마을 사람이 믿어주는 신뢰가 고마웠다. 오기도 발동했다. “죽을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믿고 밀어주는 주민에게 무엇이든 해야 겠다는 각오로 무장하게 됐습니다.”
황 이장이 어릴 땐 매화마을에는 5일장이 크게 서 장날이면 면 주민들이 북적됐다.
지금은 5일장도 쪼그라들어 서는 둥 마는 둥이다. 3000여명이 살던 매화마을은 인구가 줄어 이제 4백여명에 불과하다.
황 이장은 2015년 우연한 기회에 매화중학교 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빈 벽공간에다 벽화로 표현하려고 했다. 벽화를 본 주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황 이장은 마을개발위원회를 열어 울진출신 화백을 물색하다 고향은 포항이지만 울진에서 태어나고 아버지고향이 이곳 매화면이라는 것을 알고 이현세 만화가로 벽화거리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매화거리에 조성된 이현세 만화벽화는 이미 출판된 만화작품을 탁본해 화가 안창회(63)가 매화마을에 내려와 1년 동안 그린작품들이다. 탁본이지만 원본 그림과 꼭 같다. 2017년1월초에 시작한 작업이 그해 12월26일에 완성됐다. 그 만큼 힘든 벽화작업인 것이었다.
매화마을의 이현세 벽화가 ‘KBS 6시내고향’에 두 차례나 방영되고 지역신문에 보도되면서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토, 일요일에는 문전성시를 이뤄 옛 매화마을 번성기가 도래하는 듯 했다. 그러다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객이 뚝 끊어졌다가 행락철이 되면서 다시 오기 시작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에 힘입어 마을개발위원회에서는 ‘이현세 만화거리 체험마을 조성사업’을 짜임새 있게 추진하고 있다.
첫 사업으로 ▲남벌열차카페를 만들었다.
남벌열차는 대전에서 열차를 구입해서 만들었다. ‘남벌’은 이현세 만화의 남벌작품명이며, 독립군이 일본군을 무찌르는 암호명이 ‘남벌’인 것이다. 이 카페에 오르면 시간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다. 분위기 컨셉이 마치 일본군을 통쾌하게 처단하는 독립군의 모습이 재연되는데다 바깥으로 보이는 매화꽃이며 자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나마 마음의 안식을 선물한다.
둘째 사업으로 ▲공원부지를 매입해 어린이들의 놀이공간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림공원 조성이다. 셋째사업은 게스트하우스 조성사업이다. 빈집을 개보수해 한 가족이 저렴하게 쉬어갈 수 있게 꾸미고 있다. 밥도 지어먹을 수 있고 화장실, 목욕실까지 만들어 콘도에 버금가는 하우스를 꾸밀 계획이다.
네번째 사업은 2세,3세가 아버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떠나간 출항민들이 다시 돌아 올수 있도록 좋은 마을 만들기 등이다. 매화마을 이현세 만화 벽화거리를 가보면, 만화가 그려진 담장 너머로는 매화향기가 넘쳐나 벽화거리의 분위기를 더욱 매료시키고 있다.
매화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마을골목이나 강변을 따라서 걸으면 지천으로 피어있는 매화꽃의 은은한 향기를 제대로 음미 할수 있어 더욱 좋다.
이현세 만화거리는 면사무소 옆의 매화벽화로에서 부터 시작되어 950m를 돌고 돌아 5일장 장터 끝에서 끝이 난다. 벽화골목길을 걷다가 보면 이현세 화백이 지금까지 발표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현세 화백의 출세작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난다. 작품 속에는 엄지와의 가슴 저미는 사랑이야기가 수채화처럼 녹아 있다. 그리고 왕따를 당하며 문제아로 지목되던 까치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낸 친구 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야구를 시작하면서 삶의 새로운 목적을 찾게된 까치는 보잘것 없는 자신을 아낌없이 지지해주는 엄지를 남몰래 마음에 두고 짝사랑을 키워가는 얘기도 담겨져 있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어' 라는 만화속의 대사는 노래 가사가 되었고 가수 정수라씨가 불러 국민 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황춘섭 이장이 벌이는 매화마을 ‘이현세 체험마을 조성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벽을 눕히면 길이된다’는 신념의 황 이장 뜻이 알려지면서 상복도 터졌다. 농협중앙회주관, 2020년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전국대회에서 ‘이현세 만화거리 체험마을’이 동상을 수상해 1천5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아름다운 매화마을, 이현세 만화벽화거리 체험마을 조성사업에 남은 인생을 걸었다는 황춘섭 이장, “활짝 웃는 그날이 멀지않았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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