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우리의 교육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시절 자신과 경합하다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네줬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처음 보도되자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투표 패배에 대한 정치적 보복 수사’ 운운하며 기세등등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박 교수의 궁박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 2억원을 줬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법학자지만 법보다는 인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정상의 이유라면 불법행위도 용인된다는 뜻이리라.
작년 6월 곽 후보는 서울시 유권자의 17% 남짓한 지지를 받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그 하나는 보수진영 후보의 분열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정택 전 교육감의 부패상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였다. 그래서인지 곽 교육감은 취임 이후 부패척결이라는 구호를 통해 자신의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사실 곽 교육감 취임 이후 서울시의 학교교육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곽 교육감이 이제껏 중점적으로 추진한 교육정책 중에는 교육의 본질에 관한 것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학생인권을 앞세운 ‘모든 체벌의 금지’로서 이는 교실붕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며 교육계에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난 번 전국 교육청 평가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특히 기초학력미달자는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자신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자에게 ‘나는 부패에 대한 결벽증이 있다’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했다. 즉 교육정책에 다소의 과오는 있을 수 있지만 교육계의 부패와 부정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천명하며 자신의 청렴성을 각인시키고자 했다.
교육감선거 당시 자신의 경쟁자였던 박 교수에게 거액의 금품을 준 사실이 명명백백해진 이 시점에도 곽 교육감은 ‘서울시민에게 송구스러우나 자신은 떳떳하기에 사퇴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도대체 그가 말하는 ‘도덕성’은 무엇이고 ‘부패에 대한 결벽증’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평소 곽 교육감의 절친한 친구도 아니고 선거전에서 경쟁자로 잠깐 만났던 사람의 궁핍한 사정이 측은해 2억원을 줬다는 해명 아닌 해명 자체가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에 대한 우롱이자 모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