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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급훈으로 내걸린 김정일 어록

윤정규 2012. 4. 29. 01:30

 

 

헝가라 부다페스트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급훈으로 내걸렸던 김정일 어록이 지난 1월 공안당국에 압수됐다고 한다.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는 어록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611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에게 한 말로, 지금도 북한 전역에 걸려 있다.

어록이 나온 90년대 중반은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굶어 죽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다. 당시 평양 권력층은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선전책략의 일환으로 황당한 말잔치를 벌였다. 어록 행간에는 수백만명의 삶과 죽음, 그리고 절박한 애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어록은 결코 평범한 경구일 수 없다. 눈물도, 양심도 찾을 수 없는 북 권력집단의 실체를 고발하는 증거물이다.

우리 새싹들이 자라나는 초등학교 교실에 그런 무책임한 김정일 어록이 급훈으로 내걸렸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소속인 최모 교사는 김정일이 한 말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전교조에서 발간하는 교단일기교단표어라는 책자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 채택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진술의 진위, 나아가 전교조 책자에 어록이 실린 경위 등을 명확히 파헤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당국이 급훈 문제를 알게 된 것은 1월 최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였다고 한다. 이때 확보한 압수물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이적표현물이 다수 발견됐다. 최 교사 등 전교조 교사 3명에게서 압수한 문건 중에는 전국연합이 20019월 채택한 ‘9월 테제관련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북한 연방제 통일방안을 추종하는 지침이다. 전교조 장악 계획을 담은 문건도 없지 않다. 전교조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엽기적 막말 소동으로 모자라 욕쟁이로 나서나>

4·11총선 기류를 어지럽힌 막말 파문의 장본인 나는 꼼수다(나꼼수)’ 패널 김용민씨가 사죄하루 만에 국민 욕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씨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국민가수, 국민배우는 있지만 국민욕쟁이 반열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면서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 국민욕쟁이 행동개시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당적 없이 정치적 지분 없이 나꼼수의 한 멤버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욕쟁이 김용민으로서의 재탄생의 전제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날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신을 중죄인으로 규정하고 다시 한 번 사죄한다. 근신하겠다고 했다. 개표 결과가 나온 11일 트위터에선 역사의 진전에 별 도움이 못된 터라 지지자 여러분에게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도 했다.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 같던 김씨의 표변에 많은 이들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다. ‘근신운운하는 사기극에 놀아난 꼴이 됐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신의의 문제다. 더군다나 경위야 어찌 됐든 국민을 대변하겠다며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나섰던 사람이 아닌가. 공개적인 약속을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근신하며 사회에 기여할 바를 찾겠다더니 고작 욕쟁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해온 엽기적 막말로도 모자라 또 어떤 욕설로 사회를 더럽히려 하는지 걱정스럽다.

여론조사 결과는 자명하다. 김씨의 막말이 민주당에 큰 타격을 준 것이다. 그런데도 같은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씨와 주진우씨는 총선 다음날인 12일 지지자들과의 모임에서 나꼼수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게 아니라 나꼼수 때문에 이만큼 저지한 것이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민주당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 나꼼수 덕을 보려다 화를 자초한 민주당이 곱씹을수록 한심스럽다.

 

 

<민주당, 정권교체 원한다면 주춧돌 다시놔라>

4.11총선에서 민심은 야당에 매를 들었다. 정권심판론에만 기댄 안일과 무능, 오만을 심판했다. 1야당 민주통합당에 내린 준엄한 민심의 경고다. 정권심판을 목놓아 외친다고 수권정당 자격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데 실패했다.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장성민 전 의원의 주장처럼 하늘과 민심이 준 기회를 자만의 리더십으로 걷어찼다. ‘받아 놓은 밥상이라고 생각했는가. 그럴수록 더 긴장하고 더 몸을 낮췄어야 했다. 민심을 헤아리지 않은 것은 오만이고 무능이다.

민주당은 악수를 골라 뒀다. 야권단일화부터 문제였다. 감동은 고사하고 불신만 낳았다. 통합진보당에 끌려다니면서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반대는 자기 부정이었다. 집권 시절 시작한 정책을 뒤집을 때는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선행돼야 했다. 실행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복지종합선물세트도 불신과 불안감을 낳았다. 복지를 원하는 국민이라고 나라살림을 거덜낼 복지를 반길 리 없다.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 측의 여론조작, 선거전 막판에 돌출한 김용민 막말 파문은 결정적 악재였다. 그러나 더 큰 악재는 당의 대처 방식이었다. 뭉개고 버티는 것은 국민 마음을 조심스럽게 돌아보지 않아도 무방한 나꼼수에나 가능한 행태다.

한명숙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썼다. 여러 박자 늦은 다짐이다. 당내에선 책임론이 불거졌다. 또다시 실기할 것인가. 민주당은 주춧돌부터 다시 놔야 한다. 과반 여당을 견제하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전면 쇄신해야 한다. 진보당과의 연대로 혼탁해진 정체성 재정립도 시급하다 

                                                                                                                                                                      4/13.4/16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