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칼럼] 로또 입주권·대토 특혜 없애야 투기광풍 막는다

윤정규 2021. 3. 17. 23:17

수도권 주변 신도시 개발지역은 땅 투기꾼들의 농간으로 땅 쪼개기 거래광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하남, 남양주, 고양 등 3기 신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는 4월 정부가 수도권 ‘2차택지 후보로 발표될 김포 고촌, 하남 감북, 고양 화전 등에서도 거래가 성사된 10건 중 9건이 지분 쪼개기로 탈바꿈 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 인천계양 등 신도시 개발 발표지역의 토지 거래(20189월 중순부터 3개월간)를 조사한 결과 토지거래 429건 중 42.4%182건 이 지분거래로 나타났다.

 

지분 쪼개기’ ‘묘목심기등 편법 알면서 묵인

 

서울경제는 최근 ‘2차택지 후보인접의 부동산 중개업소 취재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곳 역시 쪼개기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포고촌이다. 고촌에서는 지난해 12160건에 달하는 거래가 이루어 졌는데, 이중 지분거래는 21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4건 정도였던 지분거래는 12월 들어 5배가 증가한 것이다.

 

개발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하남 감북과 고양 화전도 토지거래 건수와 지분 쪼개기 행위는 개발호재 발표 일이 가까워질수록 증가 속도도 빨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2월 이전 토지거래는 한 달 평균 10여건 에 불과 했는데 3월 들면서 83건으로 크게 늘었고 6월에는 100여건을 넘었다. 지분거래 증가도 가파르다. 하남 감북의 경우 지난해 383건의 거래 중 81건이 지분거래였다. 김포 고촌의 경우도 올해 2월 지분거래 비중이 43%에 이른다.

 

지분 쪼개기란 원래 한필지의 땅을 분할해 여러 필지로 만들어 공동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형태의 지분 쪼개기는 다가구 및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 한 후 구분 등기하는 방법이다. 재개발 및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권익보호 및 부대경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20031230일 이후부터 다가구 및 단독주택에 대한 지분 쪼개기 행위를 규제함과 동시에 지분에 대한 입주권을 일체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주택 쪼개기 행위는 사라 졌지만 입주권을 노린 택지 쪼개기는 여전히 만연되고 있다. 신도시 주변 주민들은 지분 쪼개기 행위는 어제오늘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이어지고 국토부와 LH직원들도 아는 사실이지만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분 소유주에 입주권을 주지 않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서민을 위한 저가 주택공급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정부가 내건 주택가격 안정과 전세 값 안정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분 쪼개기의 문제점은 한두 번 지적된 게 아니다. 지분 쪼개기에다 한 발작 더 나아가 묘목심기와 창고 및 농막설치 등으로 토지보상가격을 높이려는 얄팍한 수단은 근절되지 않고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공공택지개발 현장에서 줄줄 새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앞장서 막을 사람이 없다. 따지고 보면 피해는 국민들의 공통된 몫이지만 더 큰 피해는 집없는 서민들이다.

 

급등하는 보상비 돌파구는 없는가?

 

2007320일 국토도시연구원 주관 토론회에서 이덕복 연구개발처장이 발표한 급등하는 보상비 돌파구는 없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댐 공사의 경우 건설예정지가 발표 된 이후 해당지역 일부 주민이 국화와 배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어 토지보상액이 당초 산정된 금액보다 3배 이상 많은 11748억원을 보상한 예를 들며, “보상기간을 단축하고 보상가격 기준시점을 사업 고시일 1년 전으로 앞당겨 개발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토지보상액 절감 및 입주권 규제조치 방안마련 건의는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에서 국토교통부와 LH등에 여러 번 건의 했지만 묵살됐다. 이유는 원활한 택지수용을 위해서다.

 

협의양도인택지 보상제도개선시급

 

로또당첨에 버금가는 입주권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체가 되어 건설되는 신도시 및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현재 LH1000m2이상 토지지주에게 토지보상금과는 별도로 택지를 저렴하게 우선 공급한다는 취지로 ‘’협의 양도인택지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LH 일부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도 이런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에 역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 3기 신도시 수용대상 토지에 대해 특혜를 부여했다. 명분은 신도시건설에 속도를 내기위해서다. 지난해 9월 기존의 이제도를 손질해 3기 신도시 한해서는 지주들이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하는 한편 아파트입주권 전매제한도 없애버려 분양받은 뒤 언제라도 웃돈을 붙여서 되팔 수 있도록 개정됐다. 신도시 주변 한 부동산중개 업자는 모르면 몰라도 이런 특혜를 알면서 누가 투자를 주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수도권 신도시에서의 아파트 84m2(34평형)의 가격은 평균 10억원에 거래된다며 입주권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입주권 및 단독주택 대토는 로또

 

문재인 정부는 주거안정대책으로 수도권 3기신도시 및 4월 발표 예정인 ‘2차 택지개발지구를 포함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할 선장과 기관장이 투기의혹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배는 자초위기에 처해 항해를 멈추고 있는 상태다.

 

신도시 개발지역의 투기에 가담한 LH직원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만연되어 있는 투기바이러스 박멸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공주택 공급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꼴이 되어 집 없는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꼴이 된다.

 

편법 지상물 설치로 보상가격 높이고 입주권특혜까지

신도시 건설돼도 분양가 높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정부가 아무리 좋은 목적의 부동산정책을 편다고 해도 쪼개기’ ‘나무심기등 편법행위를 방치하거나 개선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쪼개기 지주에게 입주권이 주어진다면 그만큼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사라지고, 지상권 편법설치로 보상금액이 높아지면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기 마련이다. 편법이 판치는 사회는 공정할 수도 없고 정의로울 수도 없다. 현재는 가난하지만 언젠가는 잘 살수 있다는 꿈과 희망이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계획성 없는 조급한 주택공급정책은 되려 실망감을 안겨주거나 바닷물을 마시고 갈증을 호소하는 꼴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특검법-국정조사권 발동 국민들 큰 기대

 

일부 LH직원들이 신도시 개발정보를 빼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제기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급기야 여야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수용하고 나아가 국회의원, 그 가족까지 전수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국민들은 특검을 대폭 확대해 의혹이 있는 공조직 모든 곳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청와대도 조사대상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내친김에 투기로 얼룩진 곳은 모두 도려내어 다시는 편법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7LH사태와 관련, “공직사회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근본대책과 제도개선을 통해 부동산 적폐를 완전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제1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유관기관 등과 논의를 거쳐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방안을 함께 도출하는 한편 LH 환골탈태 방안도 확정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부동산투기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따라야 한다. LH에서 촉발되긴 했지만 신도시 개발지역 투기 만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공연한 사실이 도처에 늘려 있었기 때문에 케케묵은 관행쯤으로 치부됐다. 근본적인 투기근절 대책을 세우고 환골탈태까지 한다고 하니 또 한 번 속아보자면서도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