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 재벌기업과 대주주들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한 이유는 노동착취와 노동자위의 군림, 비자금 조성, 부정축재, 지배구조 조작 등 비도덕적 경영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기업경영도 높은 사회적 수준에 걸맞게 변화하고 쇄신되어 가고 있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공공성 복지 경영과 ‘ESG경영(Enviroment, Social, Governance)’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시대는 기업의 비재무적요소인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까지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대열망의 ESG경영 외면하다 역풍 맞아
시대가 요구하는 ESG경영을 도외시하고 역주행하다 역풍을 맞은 한 기업이 비틀거리고 있어 안타깝다. 57년(1964년 창사)이나 된 토종기업 남양유업이 과욕을 부리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연구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감효과가 뛰어나다”는 과장 내지 허위 PR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엉터리 부실 연구로 밝혀지자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 되고 있다.
불가리스를 많이 팔아 이윤을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를 쓴 것이다. 대기업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을 가지고 농간을 부린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19로 인해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판국에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높다는 엉터리 홍보물을 언론에 뿌리다니 하늘과 땅이 공분하고도 남을 일이다.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저감효과 높다”과장PR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월13일 ‘코로나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연구결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77.78%의 저감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연구결과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문제는 연구 과정에서 동물실험이나 인체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없이 개와 원숭이 세포만으로 실험한 결과라는 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저감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연구 자료를 가지고 마치 대단한 성과처럼 과대포장 했다는 것이다. 사익에 눈먼 경영주의 지시에 의해 항바이러스 연구기관이 놀아난 꼴이 됐다.
코로나에 민감한 다수의 국민들은 뉴스를 접하고 곧바로 마트로 달려갔다. 대형마트 마다 불가리스는 삽시간에 동이 났다. 남양유업 주식도 폭등했다.
◆심포지엄 주관도 남양유업이 ‘장구치고 북치고’
심포지엄을 주관한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도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범한 산하기관이다. 대표 발표자인 박종수 소장 역시 미등기 임원으로 과거 남양유업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지냈다. 이날의 심포지엄은 사실상 남양유업이 판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소비자를 속여 이속을 챙기려는 얄팍한 소인배의 사기행각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야말로 제품 PR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흑색선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오도나 예방효과 주장에 대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의 한 대학교수는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사태, 즉 사회적 이슈에 올라타 제품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부적절하고 의도적 행위로 비추어져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체실험과 동물실험 없이 단순 세포실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코로나19의 예방효과 운운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유산균이 바이러스 억제와 면역력 증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자체 연구 결과는 대부분 바이오 회사가 다 갖고 있다.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논란이 심각해지자 남양유업은 지난 4월 16일 입장 문을 내놓았다. “심포지엄과정에서 인체실험이 아닌 세포단계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인체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지울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도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흐름은 남양유업의 입장문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 불가리스는 품절사태가 벌어졌고 주식시장에서는 남양유업 주가의 등락폭이 커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사태를 몰고 왔다.
◆불가리스공장 2개월 영업정지, 창사이래 최대위기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 행정처분도 내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남양유업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경찰의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허위선전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사기혐의 적용도 배제할 수 없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뜨겁다. '불가리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남양유업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28일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는 이번 남양유업 발효음료 사태에 대해 소비자 입장을 대변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파문확산, 남양유업 전제품 불매운동 선언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이번 남양유업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철학의 표상으로써 소비자는 축적된 분노로 남양유업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이어 "최근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시되고 있는데, 남양유업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행위를 자행했으며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을 기만하는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두 번 울렸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과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약 사건, 홍 회장 경쟁사 비방 사건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회사 이미지도 추락했다. 특히 대리점 갑질 사건은 당시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하며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 적발돼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됐고 매출은 전년 대비 11%나 급감했다.
대리점 갑질 사태 이전인 2012년 1조3650억원에서 지난해 948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남양유업이 1조 클럽에서 내려온 것은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국내 우유 업계 3위였던 매일유업에 2위 자리도 내줬다.
남양유업 주력 제품이자 국내 발효유 업계 1위인 불가리스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올해의 매출은 경영에 치명타를 안겨줄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리스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하청업체와 대리점 타격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독선경영, 뿌리깊은 나무 통째 흔드는 교훈 남겨
1964년에 창업된 남양유업이 57년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후안무치의 경영아래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남양유업이 살아남으려면 족벌기업의 독선적 경영에서 벗어나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오너는 늦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 경영쇄신 방안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필자는 평소 기업과 기업인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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