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린 더 이상 핫바지가 아니다."(내고향 울진 타임즈)

윤정규 2012. 4. 25. 17:39

"우린 더 이상 핫바지가 아니다."

울진타임즈 신문 2월29일자 칼럼

 

울진타임즈, uljintimes@empal.com

등록일: 2008-02-27 오후 4:18:56

▲ 세계일보 조사국장 윤정규

조그마한 산촌에 일진광풍(一陣狂風)의 정치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40여일 뒤의 4월 총선을 앞두고 울진·영덕·영양·봉화지역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둘러싼 온갖 잡음과 설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느 때와 달리 이번엔 귀가 따가울 정도다. 오죽했으면 서울에 있는 출향민에게도 날마다 새로운 소식이 전달되겠는가.

이제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신청자에 대한 1차 심사결과가 그 진원지이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더 큰 태풍이 불어닥칠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경북 지역은 15개 선거구 가운데 포항남구· 울릉(이상득 의원)등 두 곳이 단수로, 포항북구 등 3곳에서 2배수로, 나머지 10개 지역은 3~4배수로 압축됐다. 울진·영양· 영덕· 봉화지역은 전병식 법무법인 한중대표변호사, 김종웅 (주)진웅산업 회장, 남효채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강석호 도당부위원장 등 4명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울진 출신의 올인코리아의 조영환 대표와 윤영대 전 통계청장(차관급) 등은 1차 심사에서 낙방했다. 당 활동과 당 충성도, 평소 지역 활동, 전문성과 참신성 등이 공천심사 기준였다는 말이 들린다. 그래서 이 지역에선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며 무려 10명이나 지원서를 냈다.

그렇지만 공천심사는 지극히 요식행위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왜 드는 것 일까. 고시출신으로 고위공직자로 재직하면서 지역 발전에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진 윤영대 전 청장과 조영환 대표가 떨어지고, 포항 남구·울릉에서 출마하려고 준비해왔던 강 부위원장이 통과된 것은 공심위가 평소 주장해왔던 ‘지역구에 기여한 실적’ 등 심사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력한 후보자들을 1차 심사에서 일찌감치 거세해 싹을 잘라낸 것이나 다름없다.

울진지역의 유력인사인 윤영대 전 청장을 아웃시켰으니 온갖 뒷말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고 있는 가운데 음모설에 대한 항의와 함께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난리를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게 하는데 1등공신의 역할을 한 강 부위원장이 이 지역에 입성한지 보름만에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우연치고는 이러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음모설 등 온갖 뒷말이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경력과 학력이 화려하고 다른 후보자를 압도하는 윤영대 전 청장과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조영환 대표가 탈락해서라기 보다는 강 부위원장이 공천심사에서 통과한 배경이 오히려 개운치 못한 것 같다. 강 부위원장은 16대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포항 남구·울릉에 출마한 전력이 있고, 그 이후부터 그 지역구를 관리해 왔을 것이다. 울진 지역을 위해선 큰 일을 얼마나 했는지 모를 정도다.

더구나 3선 의원인 한나라당 김광원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묘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현역의원으로서는 김용갑 의원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한나라당 1차 공천심사를 앞두고 중앙당에서도 뒷말이 적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를 넘기는 것은 기적이다. 나 같아도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수 있다"고 했겠는가.

그만큼 공천심사 과정에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는 증거 아닌가. 현 정부는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 내정자에 대한 검증을 엄정하고 철저히 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렇다면 왜 총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심사는 엄정하지 못한가.

한나라당은 이제 10년만에 당당한 집권여당이 됐다. 아무리 경상도가, 또 이 지역구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중앙당은 지역 여론과 민심을 거스리는 우(愚)를 범하면 안 된다. 들리는 뒷말처럼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자가 만에 하나 권력의 힘에 휘둘리거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것은 군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아직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공심위가 엉터리 공천을 한다면 지역민들은 이를 결코 용납하거나 그 후보자를 지지할 수가 없다. 그것은 지역민을 핫바지 정도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곳에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금배지를 달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하고 한심한 발상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깨뜨려줘야 한다. 단합된 힘을 과시해서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핫바지이거나 호구(虎口)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조사국장 윤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