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 '세무사 자격'자동부여는 적폐
전문화시대 양질의 세무서비스 구현은 정당
구시대적인 제왕적 변호사 제도 개혁돼야“
‘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것을 폐지한 세무사법 제3조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15일 세무사의 자격 요건을 정한 세무사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변호사들이 위헌을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개정 법령 시행 시점인 2018년 1월1일 이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 세무사 자격을 인정받도록 한 ‘부칙’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에 비해 많았지만, 의결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헌법소원 청구가 기각됐다.
변호사와 세무사간 쟁점이 된 세무사법 제3조는 2017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루한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 사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자격을 덤으로 주는 것은 구시대적 유물의 적폐제도나 다름없다.
반추해보면 이 제도는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세무사법이 처음 만들어 지면서 당시에는 ‘세무사’란 자격이 전무했다.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 경리직원이나 경리담당 군무원에까지 요식절차만 밟으면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다.
세무사를 선발하는 시험제도는 세무사법이 제정된 이후 3년 뒤에야 생겼으니 시대적 상황으로보면 변호사에게 세무사자동 부여는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유추된다.
밥그릇 싸움의 쟁점이 된 부분은 부칙에서 파생됐다. 부칙은 개정법령 시행 시점인 2018년 1월 1일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 한해 기존처럼 세무사 자격을 인정받도록 했다. 이에 2018년 1월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이 개정법 조항과 부칙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던 것.
헌재는 세무사법 제3조는 “변호사에 대한 특혜 시비를 없애고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해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변호사들은 여전히 법률사무로서의 세무대리를 맡을 수 있는 만큼 업무 축소로 인한 불이익이 해당 조항으로 달성하고자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의 명쾌한 판단으로 인정된다. 세무사법 첫 제정이 1961년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닌가?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도 다변화 되었다. 글로벌시대 다국적기업의 문호가 개방되면서 세목이 늘어나고 국제조세분야도 복잡해졌다. 따라서 전문분야가 다양화 되면서 전문자격사 시대가 절실히 요구되어 전문분야 자격제도를 법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법무사법, 변리사법, 세무사법, 공인회계사법, 공인중개사법 등이 있다. 따라서 시험제도를 만들어 매년 전문가를 양산 하고 있다.
과거 전문자격사가 부족한 시절에는 변호사가 제왕적 자격사로 군림했다. 이러한 전문가 난맥이 변호사에게 특권의식의 영향까지 미치게 했다. 변호사자격만 있으면, 변리사, 세무사 자격이 공짜로 주어졌고, 공인중사, 노무사 업무를 공짜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특권의식이 아직도 남아 세무사법 개정에 제동을 걸며 입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헌재가 내린 이번 결정에서 2017년 12월에 개정된 세무사법이 변호사들이 주장하는 위헌이 아님을 명확히 함으로써 변호사에게 주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와 함께 지난 5년간 이어진 법정공방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헌재의 이번결정에 대해 한 세무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세무사 ,법무사, 노무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등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늦었지만 헌재의 결정에 꽉 막혔던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갈 정도로 통쾌했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놓고 한국세무사회는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이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의 결정이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지고 들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세무사보다 세무사업무 수행을 잘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가가 전문가 제도를 세분화한 것은 업무영역을 구분지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즉, 누가 더 잘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영역에 국한되어 전문화가 고도화돼야한다는 것이다. 헌재도 이번 쟁점에서 전문가의 영역보호에 역점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법률전문가 최고 단체인 변협이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불신하고 과욕을 부린다면 되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자초하는 불행한 일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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