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위기에 처한 사자의 사진을 보았다. 어미 사자 한 마리가 외나무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울부짖고 있었다. 그 아래 물에서는 악어들이 사자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물 바깥에선 새끼 사자가 그 광경을 보고 애달프게 울고 있다.
어미 사자의 모습에서 떠오른 이야기가 불교의 안수정등(岸樹井藤) 우화이다. 어떤 나그네가 길을 걷다 성난 코끼리를 만났다. 코끼리가 달려오자 우물 안으로 급히 도망을 쳤다. 그는 등나무 넝꿀을 잡고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휴" 하고 한숨을 돌린 나그네는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밑을 바라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물 바닥에 독사들이 나그네를 향해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이었다. 올라가면 성난 코끼리에게 밟혀 죽고, 내려가면 독사들에게 물려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나그네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쥐들이 등나무 넝쿨을 갉아먹고 있었다.
우화는 이런 상황에 기막힌 조건 하나를 추가한다. 다급한 나그네의 머리 위에 뭔가 떨어진다. 나무 위의 벌집에서 흘러내린 꿀이었다. 나그네는 달콤한 꿀맛에 빠져 코끼리와 독사의 위험을 잊어버린다. 이 모습이 중생들이 살아가는 인생살이라는 것이다.
우화의 가르침은 잠시의 꿀맛에 정신을 잃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눈을 뜨라는 주문이다. 인생(人生)의 生은 소 우(牛)와 한 일(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다. 외나무다리에선 한 발 잘못 디디면 천 길 아래로 떨어진다. 어미 사자와 나그네가 처한 상황만큼이나 힘들고 위태로운 것이 바로 인생이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백 척이나 되는 긴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내딛으면 살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사자에게든 인간에게든 삶은 녹록지 않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바닥으로 떨어지면 독사와 악어들이 우글대는 지옥이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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