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내포의 첫 성당 합덕성당

윤정규 2019. 5. 6. 14:48

내포의 첫 성당 합덕 성당유럽 성당 부럽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성당이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에는 성당을 감싸고 있는 소나무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본당의 건축양식은 벽돌과 목재를 이용하여 연와조 구조로 지었다고 한다. 종탑이 양쪽으로 세워진 쌍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성당 외부에는 오랜 역사를 성당과 함께한 듯한 오랜 수령의 느티나무가 듬직하다. 성당 왼쪽 길을 내려가면 한옥으로 지어진 역사관이 있다. 역시나 자연과 성당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빛을 더하는 것 같다.

 

종교와 상관없이 평화롭게 조용한 사색이 필요하다면 이국적인 매력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힐링 공간인 합덕성당으로 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윤치충, 권상연이 순교하는 신해박해(1791)를 시작으로 신유(1801), 기해(1839), 병오(1846), 병인(1866) 등 숱한 박해를 통해 한바탕 피바람이 분 뒤, 1886년 한불 조약이후 조선에도 신앙의 자유가 보장됐다.

이후 내포 지방의 천주교가 다시 활기를 띤다. 교세가 급속히 확장되자 임시 조선교구장 코스트 신부는 1890년 양촌 성당에 퀴를리 신부를 파견해 서산, 예산, 당진, 부여 등 12개 지역, 27개 공소를 관할토록 했다.

 

당진시 합덕면 합덕읍 소재 합덕 성당은 그 전신이 바로 양촌 성당이다. 1899년 양촌에서 합덕으로 성당을 이전한 것이다. 이전당시만 해도 성당이 한옥이었는데, 7대 프랑스인 페렝(한국명 백문필) 신부가 중국의 기술자를 데려와 1929년 현재의 모습으로 축성했다. 돌과 목재를 사용한 연와조 구조에 쌍 종탑으로 돼 있는 보기 드문 서양식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합덕 성당은 평야지대 중간의 돌출된 땅에 지어져 있어 사방이 탁 틔여 조망권이 우수하다. 성당 옆 잔디가 깔린 너른 광장에는 수십 개의 원목 야외의자가 조성돼 있어 유럽 어느 성당에 와 있는 느낌이다.

 

성당 안에는 축성일에 페렝(한국명 백문필) 신부의 사촌이 그려 기증했다는 대형 성가정(예수, 요셉, 마리아)화가 걸려 있어 세월의 무게를 더한다. 성당 한 켠에는 6.25 때 피난가지 않고 성당을 지키다 인민군에게 처형당한 착한 신부페렝의 흉상이 서 있어 순례자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옛날에 미사 때 흰옷을 입은 신자들이 산지사방에서 몰려와 성당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성당 관할 지역에는 순교자가 없는 마을이 없고, 지금도 주민의 95%가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또한 성당 종탑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3종을 치면 주변 들녘에서 잠시 농사일을 멈추고 일어서서 성당을 향해 기도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합덕 성당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많다. 가톨릭에서는 매년 예수의 제자 베드로와 바오로가 순교한 629일을 큰 축제(베드로바울로 축일)로 정해 기도하는데, 기도 때만 되면 기다리던 비가 내리자, 비신자들까지도 이 축일을 가리켜 배토리바토리가 언제냐?”고 물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