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규 대기자 jkyun202@hanmail.net | 승인 2022-01-18 14:00:
불기둥속의 아비규환 같은 네거티브는 이제 그만
삶의 질 높이고 건강한 강국 이끌려면 건강한 후보 뽑아야

어느 것이 진실이고, 가짜인지 헷갈린다. 3월9일에 치르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선거전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있다.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있다.
그럴싸하게 가공된 가짜 뉴스도 판을 치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와 악성 네거티브에 하루는 이재명이 죽었다가 또 하루는 윤석열이 죽는다. 때문에 두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한다. 길게는 20여일 짧게는 열흘 만에 지지도 순위가 바뀌고 있다. 이렇다보니 신선한 비전과 신뢰감을 주는 공약은 안보이고 상대를 헐뜯는 비방만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과열된 대선정국은 건국 이래 처음인 것 같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파일'공개를 앞둔 여야의 신경전은 점입가경이다. 여권은 ‘한방’을 날릴 만한 매가톤급 내용이 있는 것처럼 방송공개 당위성을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몰래 녹음한 파일공개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작정치’라고 몰아 붙였다. 그러면서 공개하려면 ‘형수욕설 파일’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마치 녹음파일 속에 판도라상자가 들어 있지나 않나하고 노심초사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16일 일부 녹음이 공개된 이후 반응은 한마디로 여권은 실망, 야권은 안도였다. 한방을 기대했던 친여 인사들이 방송 후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도 녹음파일이 방송된 이후 논평이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고, 관심을 유도했던 인사들도 침묵을 지켰다.
재야의 한 원로정치인은 SNS를 통해 “내가 김건희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며 "7시간짜리 녹음파일을 제공한 김건희 씨가 이렇게까지 멍청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서울의소리가 멍청했고 서울의소리가 김 씨에게 당한 꼴이 됐다”“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 인사들은 문제의 녹음파일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큰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를 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리스크가 될 만한 것은 없고 사적 견해에 불과한 시사풍자와도 같은 내용이어서 실망하는 눈치다. 여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윤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를 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MBC 녹취파일 방송을 두고 조선일보 사설은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이라고 지적했다.
논평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작년 7~12월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이모씨와 7시간 45분 동안 통화했다. 김씨는 “홍준표 후보 까는 게 더 신선하지 않냐”며 “캠프에 오면 1억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게 “정보 있으면 달라. 관리해야 할 유튜브 애들 명단 좀 보내라”고도 했다. 김씨는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안희정씨는 피해자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는데 (조 전 장관이) 너무 공격을 해서 검찰과 싸움을 했다”라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아내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파일에는 무속(巫俗) 관련 발언, 남편에 대한 평가, 언론에 대한 불만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 불허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후보 아내는 후보가 가기 힘든 곳에서 선거 지원을 하거나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씨는 윤 후보보다 더 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그는 허위 경력 의혹을 받다 뒤늦게야 사과했다.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개 사과’ 사진을 띄운 것도 김씨 주변에서 한 일이란 말이 나왔다. 후보의 아내도 간혹 언론 인터뷰를 하지만 기자와 사적으로 장기간 통화하는 경우는 없다.
대선 후보의 아내가 어떻게 남편이나 선대위도 모르게 외부인과 장기간 이런 통화를 할 수가 있나. 대선 후보의 아내는 공인이다. 그래서 캠프마다 철저히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김씨에 대해선 어떤 관리나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 때도 사과까지 12일이나 걸렸다. 윤 후보가 아내 문제 건드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대위 주변에선 ‘김씨는 언터처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씨 녹취파일 공개 정치공작 냄새 짙게 풍겨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MBC 보도가 나기도 전에 ‘본방 사수’ ‘시청률을 높이자’고 했다. 선관위 허가에도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은 보도해서 안 된다던 민주당이 상대 후보 아내의 사적 발언에 대해선 대선 이슈로 띄우겠다며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코로나 사태 북한 도발 같은 당면 현안이나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국가 전략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의 선거전에선 국가적 이슈가 실종되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이나 가십성 사안을 둘러싼 상호 비방만 보인다.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판이 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에도 윤석열 지지율 상승세
이런 와중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선전하고 있다.
김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 파장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윤 후보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50여일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4일 전국 18세 이상 303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한 주 전 조사보다 6.5%포인트 오른 40.6%였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4%포인트 하락한 36.7%를 기록했다.
지역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윤 후보는 인천·경기(9.4%포인트↑), 대구·경북(7.3%포인트↑), 광주·전라(5.8%포인트↑), 서울(3.5%포인트↑) 등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남성(10.1%포인트↑)과 20대(21.5%포인트↑), 30대(9.5%포인트↑)에서도 모두 지지율이 상승했다.
반면 이 후보는 광주·전라(5.5%포인트↓), 인천·경기(5.1%포인트↓), 서울(4.8%포인트↓)에서 지지율이 내렸고 남성(4.6%포인트↓), 30대(10.3%포인트↓), 20대(7.9%포인트↓) 지지율도 하락세다. 다만 70세 이상(5.0%포인트↑)에서는 올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주례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41.4%, 이 후보는 36.2%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난주 조사(35.2%) 대비 6.2%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후보는 지난주 조사(37.6%)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음 파일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면서 일명 '김건희 리스크'가 윤 후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진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또 선대위가 안정화 됨으로서 윤 후보가 실수 없이 정책과 공약을 얘기함으로서 여러 의구심이 해소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치공약 일삼는 정당 후보 뽑아서는 안 돼
지난 16일 저녁 MBC는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 씨가 ‘서울의 소리’ 이명수 전 기자와 지난해 7월 6일부터 6개월 동안 약 7시간 45분가량 통화한 녹음 일부가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은 1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고 이런 정치공작 행위는 그만둬야 된다"며 "정치발전에 있어 이런 행동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선후보들은 진정 국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뭔지를 모른단 말인가. 국민은 강국의 대한민국,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 삶이 여유로운 복지국가를 열망한다. 참신하고 비전있는 공약, 꿈과 희망이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을 갈망한다. 네거티브로, 정치공작으로 이기려는 정당의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윤정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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