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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文 적폐청산" 그렇게 발끈할 문제인가?

윤정규 2022. 2. 12. 13:44

윤정규 기자 jkyun202@hanmail.net | 승인 2022-02-12 13:53:18

윤정규 대기자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9일자 1,8면 보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이 발언을 놓고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도 과민반응을 보이며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 후보의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사안에서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극한 분노 사과요구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참모회의 석상에서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분노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불쾌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하루 다섯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문제 될 게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으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윤석열 같은) 그런 사람을 (검찰총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비춰진다.

 

윤 후보는 이날 낮 서울 명동성당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시간이 지나 전 정부의 문제가 적발되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건 정당한 적폐청산이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란 프레임으로 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여권을 직격했다.

 

문제될게 없다면 불쾌할 일도 없을 것

 

대선이 4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문제가 쟁점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도 가세했다. 우상호 캠프 총괄본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 발언을 정치 보복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평생 특권만 누려온 검찰 권력자의 오만한 본색이 드러난 망언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또 이날 공개된 선대위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인터뷰 영상에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윤석열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에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저도 산다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핵심이 연루된 수사를 했던 자신을 차기 정부의 검찰총장 모델로 꼽은 것이다.

 

정치 보복규정 & 국민의힘 차라리 봐달라 읍소하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참석 직후 “(윤 후보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 보복을 하겠다고 볼 수 있는 말이다.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 공화국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돼선 안 된다“(윤 후보가)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당 내에선 반민주적 정치 보복의 검은 그림자를 떠올리고 있는 국민께 사과하라”(박광온 공보단장), “전두환 시절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것”(우원식 의원) 같은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의 정치 보복규정에 대해 스스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에 대한 도둑 제 발 저림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원일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검찰 인사에 직접 손대거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이 발언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뒤집어씌우지 말고 차라리 봐달라고 읍소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尹 "제 사전에 정치보복 같은 것 없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 발언' 사과 요구에 대한 답신으로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문 대통령님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 그건 제가 검찰에 재직할 때나 정치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속된말로 남이하면 스캔들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초기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 중 제1호가 적폐청산아니었던가? 적폐청산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면서 과거는 청산된 듯 보였지만 보수층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정치보복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절반의 성공에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적폐청산의 큰 줄기인 검찰개혁은 조국-추미애 두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적폐청산 한마디가 그렇게 오금저린가?

 

정치는 뭐가 진실이며, 거짓인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문제 될게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으냐는 윤 후보의 말이 현답이다. 적폐청산 한마디에 그렇게 오금이 저리단 말인가.

積幣淸算이란 말은 우리말사전에 오랫동안 쌓여온 부정적인 현상이나 잘못된 요소들을 말끔하게 씻어 내거나 제거해 살기 좋은 사회를 조성한다는 의미다. 사학자들은 간혹 적폐청산이 비민주적이고 과격하다고 확대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폐청산은 그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역대 전 정부에서 새 정부로 정권이 바뀌게 되면 어김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닐 성싶다.

[윤정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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